【사회적경제랑 놀자】우리 장 문화 지키는 ‘냉장고 속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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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6회 작성일23-10-19 13:48본문
우리 장 문화 지키는 ‘냉장고 속 장독대’
춘천 ‘초맘’ 창업팀, 된장·간장&고추장 만들기 키트 개발
주거문화·기후변화 극복, 1kg 용량으로 1인 가구도 만족
10월 온라인 판매 본격화, 사라지는 장 문화 지키기 앞장
▲ 초맘 간장&된장 만들기 세트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얼핏 생각하기에 옛것을 전승한다고 하면 꼭 옛날 방식만을 고집하며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옳은 것이다 하기 쉽지만 나는 행여 이런 아집에 빠질세라 경계한다. 세상은 자꾸 앞으로 나아가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오늘에서도 제 소임을 다하려면 또 다른 새로움이 있어야 옛것이 옛것일 수 있지 않겠는가?”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우리의 전통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계승해야 옳을지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우리나라 1대 침선장(針線匠) 故정정완 선생의 혜안입니다.
침선장은 개화기 무렵 우리 복식이 빠르게 서양화되면서 집안에서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이어져오던 침선(針線) 기술이 단절될 위기에 놓이자 국가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단 한 명의 장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바느질과 마찬가지로 집안에서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이어져오지만 현대화되면서 빠르게 사라지는 전통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장 담그는 문화’입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는 장 담그는 문화가 오늘에서도 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새로움을 더해 옛것이 옛것일 수 있도록 좋은 혜안을 제시한 기업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쉽고 재밌게 집집마다 특색 있는 장을 담글 수 있지만, 메주를 쑬 필요도 장독대를 마련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냉장고 속 장독대’가 있으니까요.
■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냉장고 속 장독대’
우리의 장 문화는 세 가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장독대를 둘 공간이 없는 변화된 주거문화, 메주나 장이 맛있게 발효되기 어려운 기후의 변화, 마지막은 스스로 장을 담그기에는 너무나 바쁜 우리의 일상입니다.
느리지만 건강한 우리의 발효식품을 현대에 맞도록 재구성하고 교육으로 보급해 다시금 풍성해질 우리 식탁을 꿈꾸는 초맘(2020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은 일제강점기 때 주세법 제정으로 사라져 버린 우리의 부뚜막 식초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장 문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주거문화와 기후를 극복하고, 바쁜 일상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장을 담글 수는 없을까?”
예로부터 장은 정월에 담갔습니다. 장은 담근 지 40~60일 정도 지나면 완성되니까,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한낮 기온도 10℃를 넘지 않는 시기 동안 장독대 안에서 익었다는 거죠. 장독대를 둘 공간이 없는 집에서도 장을 익힐 수 있는 아주 적절한 공간이 떠오르시나요? 냉장고의 냉장온도는 평균 5℃ 정도이니 장을 익히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변화된 주거문화와 기후를 극복했으니, 바쁜 현대인을 고민해 봅시다. 초맘은 생각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것은 우리의 몫으로, 1년에 먹을 양을 한 번에 만드는 것은 옛날 생활방식이므로 그때그때 먹을 4인 가족 한 달 평균 장 섭취량 1kg를 기준으로 하자고. 덧붙여 모든 재료는 100% 국내산을 고집하기로 했습니다.
▲ 초맘 간장&된장 만들기 세트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 초맘 고추장 만들기 세트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초맘의 냉장고 속 장독대는 ‘된장·간장 만들기’, ‘고추장 만들기’ 두 가지 키트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작은 용기에 동봉된 재료를 섞어 냉장고에서 발효 숙성과정만 거치면 장독대가 없는 아파트에서도, 1인 가구에서도 아주 손쉽게 장을 담가 먹을 수 있습니다.
초맘의 된장·간장은 콩을 빻아 덩어리로 만드는 메주 성형과정 없이 콩알 자체를 발효시킨 알메주를 사용합니다. 덩이 메주와 비교해 표면적이 두 배 이상 넓기 때문에 발효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후변화로 덩이 메주 발효가 어려워진 까닭이기도 합니다. (알메주는 우리보다 기온이 높은 일본에서 보편화된 방식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만들어볼까요? 된장·간장 키트는 1.5L 발효간장통과 알메주 250g, 천일염 250g, 메주가루 50g, 물 1L, 조리용 여과기·고무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에 소금을 넣어 소금물을 만들고, 알메주를 발효간장통에 넣고 여과지로 항아리 입구를 막은 후 소금물을 넣으면 끝! 너무 간단한가요? 나머지는 이제 시간이 할 일입니다.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서 30일 정도 발효시킨 후 간장과 알메주를 분리합니다. 간장은 바로 먹고, 알메주는 동봉된 메줏가루를 넣어 치댄 후 다시 용기에 꾹꾹 눌러 담가 다시 냉장고에 한 달 묵혀두면 맛난 된장이 됩니다.
▲ 초맘 간장&된장 만들기 과정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고추장 만들기는 어떨까요? 동봉된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넣고 숙성된 조청을 부어 잘 섞어주면 완성! 양파 겉껍질을 베이스로 사용해 영양만점이고 미리 숙성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만든 후 바로 먹어도 맛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걷어내었어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노력이 번거로우신가요? 하지만 꼭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느리지만 건강한 발효식품이 그렇습니다. 마트에서 뚝딱 사서 먹는 간장은 기름을 짜낸 탈지대두에 갖가지 화학성분을 이용해 하루 만에 만드는 간장이지만, 과연 간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된장·고추장은 어떨까요?
▲ 초맘 고추장 만들기 과정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초맘은 한국전쟁 이후 먹고살기 급급해 양적 성장에 치우친 발효식품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집니다. 다음 세대에까지 망가진 우리 발효식품 문화를 대물림하지 말자는 것,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초맘 발효학교 ‘5일의 혁명’이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전통발효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 초맘 발효학교 '5일의 혁명' 프로그램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누구나 장을 담가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는 모두 공개됩니다. 누가 가져다가 이용하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널리널리 장 담그는 문화가 퍼져나가는 것이니 대환영할 일입니다.
내가 만든 장이 냉장고 속에서 발효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까지 더해지는 초맘의 냉장고 속 장독대가 현대판 장독대로 보편화되는 그날까지!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가 쭈-욱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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